축제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들
축제는 즐거움만이 아닌, '경외심'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우리는 축제를 떠올릴 때 보통 ‘자유롭고 신나는 분위기’만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축제는 단순한 유흥을 넘어 전통과 신념, 종교적 상징, 조상의 역사와 연결된 신성한 의식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활기차 보이지만, 행동 하나에도 규범과 예절이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지역에서는 축제가 공동체 정신과 신성한 존재와의 연결 고리로 여겨지기 때문에,
외부인이 무심코 취한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가 모욕으로 간주되거나 심지어 축제에서 퇴장당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축제는 ‘놀자’가 아니라, “이 문화의 근본을 함께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자리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 '오봉 축제'에서는 장난기 섞인 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일본의 ‘오봉(お盆)’은 여름에 열리는 조상 추모 행사로, 지역마다 마츠리(축제) 형태로 확산되어 있습니다.
관광객들에게는 화려한 등불, 전통 춤, 음식 축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축제의 본질은 죽은 조상을 맞이하고, 그들을 평안히 보내드리는 영적인 의식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촬영을 위한 과도한 접근, 분장 참여 시의 희화화된 태도, 불상이나 위패 앞에서의 장난스러운 셀카 촬영입니다.
특히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한 장례 상징물과 함께 “Fun!”이라는 코멘트를 덧붙이면,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영혼을 희롱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오봉 기간에는 일부 구역에서 술을 마시거나 고성을 지르는 행동이 암묵적으로 금기입니다.
이 기간은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용한 성찰의 시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오봉 축제에서는 카메라를 들기 전,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먼저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스페인 ‘라 토마티나’에서는 단순한 과격행동도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매년 8월, 수천 명의 참가자가 토마토를 던지며 즐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입니다.
이 축제를 보면 누구나 “아무 행동이나 해도 되는 자유로운 난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안에도 명확한 규칙과 금기가 존재합니다. 우선, 가장 흔한 실수는 토마토가 아닌 다른 물건을 던지는 행위입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이 맥주캔, 물병, 심지어 슬리퍼까지 던지면서 현지인들과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토마토 던지기를 빌미로 상대방에게 물을 붓거나,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는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라 토마티나는 단지 물리적으로 토마토를 던지는 행사가 아니라,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웃으며 즐기자는 공동체적 합의로 만들어진 문화입니다. 즉, “내가 좀 더 과격하게 즐겨야 이 축제를 제대로 누리는 것”이란 착각은 금물입니다.
“즐기는 자유”가 “타인을 불쾌하게 하지 않을 자유”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도 ‘홀리 축제’에서 색칠 행위에도 예의가 필요합니다
인도의 홀리(Holi)는 색의 축제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날은 서로의 몸에 색가루를 던지며 봄의 시작과 신의 축복을 기념합니다.
하지만 이 축제 역시 ‘무한한 자유’만이 허용되는 자리는 아닙니다.
외국인들이 종종 실수하는 부분 중 하나는 상대의 동의 없이 얼굴이나 몸에 색가루를 뿌리는 행동입니다.
특히 여성이나 나이 많은 이들에게, 또는 종교적 복장을 착용한 사람에게 색을 뿌리는 것은 무례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또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색을 던지며 소리치거나 춤을 강요하는 행위는 특히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홀리는 서로에게 색을 나누며 기쁨을 전하는 축제이지만, 상대방의 신체, 감정, 종교적 정체성을 배려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최근에는 현지 정부도 “NO means NO”라는 캠페인을 통해, 축제 중 신체 접촉이나 색칠을 ‘강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홀리를 즐기실 때는, 색보다 먼저 상대의 눈빛과 태도를 확인하는 센스가 중요합니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은 자유와 신앙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거리 퍼레이드 중 하나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화려한 복장을 입고 음악과 춤을 즐깁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운 이 공간 역시, 수백 년 전부터 이어진 종교적 상징과 규율이 공존하는 구조입니다.
리우 카니발에는 ‘삼바’ 외에도 아프리카계 종교인 ‘칸돔블레(Candomblé)’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상징 의식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복장을 모방하거나, 신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묘사한 분장을 한다면, 단순한 무지로도 큰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의상의 노출이 많다고 해서 상대에게 장난을 치거나 사진을 무단으로 찍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카니발은 ‘광란의 자유’ 이전에, 다양한 인종과 신념이 한 데 모여 서로를 존중하며 즐기자는 문화적 선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축제에 참여한다”는 태도보다 “이들의 축제를 존중한다”는 마음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리우 카니발은 '자유'의 이름 아래 더 깊은 존중과 절제가 필요한 국제적 문화행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축제를 즐기는 법은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축제는 분명 즐거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행동이 허용되는 공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축제는 그 나라의 역사, 믿음, 공동체 규범이 집약된 문화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외부인일수록 더욱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해외 축제에 참여하실 계획이 있다면,
참가 전 현지의 규칙을 미리 숙지하시고,
상대방의 감정을 확인하며,
너무 튀는 행동보다는 '문화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임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겐 예의 있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편한 문화 충돌의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축제는 문화를 공유하는 자리이지, 문화를 소비하는 자리가 아닙니다.